솔직히 저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무서운 건지 웃긴 건지 구분을 못 했습니다. 어린 시절 명절이면 온 가족이 거실에 모여 비디오를 빌려보던 시절, 구마경찰은 그 특유의 오컬트 슬랩스틱으로 밤새 웃다가도 이불 속에서 식은땀을 흘리게 만든 묘한 작품이었습니다. 도술과 현대 수사극이 이렇게 어울릴 수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구마경찰, 귀신의 문이 열리는 날, 본업 경찰 부업 도사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오프닝 설정이었습니다. 대만의 풍속인 중원절(中元節), 즉 귀신의 문이 열리는 날에 맞춰 한 할머니가 가전제품을 태우며 제사를 올리다가 실수로 피를 뿌려 원귀를 해방시키는 장면입니다. 여기서 중원절이란 음력 7월 15일에 저승의 문이 열려 귀신들이 세상을 떠돌 수 있다는 도교·불교 혼합 신앙에서 비롯된 날로, 대만과 홍콩에서는 지금도 종이 제물을 태우거나 음식을 차려 조상에게 공양하는 풍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영화는 이 설정을 황당무계한 코미디의 출발선으로 삼습니다. 본업은 경찰이고 부업은 도사인 주인공 풍숙(임정영)이 등장해 도술로 귀신을 제압하고 천에 감싸 항아리에 봉인하는 장면은, 당시 어린 눈에도 기상천외했습니다. 제가 직접 봤을 때 방 안이 떠나가도록 웃었지만, 밤이 되자 항아리 장면이 자꾸만 눈에 밟혔습니다.
한편 도심의 레스토랑에서는 마약 밀매 수사를 위한 위장 수사(Undercover Operation)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위장 수사란 수사관이 신분을 숨기고 범죄 조직 내부에 침투하거나 현장 주변에서 잠복 근무하며 증거를 확보하는 수사 기법을 말합니다. 이 자리에서 몇 시간째 미동도 없이 가방을 붙잡고 있던 의문의 여인이 돌연 괴력을 발휘해 형사들을 내던지고 유리를 맨몸으로 깨부수다가 차에 치여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집니다. 이 장면 하나로 영화는 현대 수사물과 오컬트 호러를 동시에 잡겠다는 선언을 합니다.
이 배경이 중요한 이유는, 홍콩과 대만 영화 시장의 특수한 장르 문법 때문입니다. 홍콩영화진흥국 자료에 따르면 1980~90년대 홍콩 상업 영화의 전성기에 오컬트와 형사 코미디를 결합한 혼종 장르물이 폭발적으로 제작되었으며, 이 시기 한국으로 수입된 홍콩 비디오 타이틀만 수천 편에 달했습니다.
도술 추적과 강시 슬랩스틱, 장르 혼종의 핵심 분석
중반부부터 영화는 본격적으로 장르 혼종의 실험을 밀어붙입니다. 풍숙이 숨진 여인의 남자친구 에디를 추적하기 위해 그의 혈액을 채취하고, 잠든 서형사의 호흡을 이용해 도주 방향을 나침반처럼 기록하는 장면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포렌식 추적(Forensic Tracking), 즉 생체 시료나 흔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용의자의 이동 경로를 역추적하는 수사 방법론을 오컬트적 상상력으로 비튼 것입니다. 제 경험상 이런 설정은 관객에게 "말이 안 되지만 왜 납득이 가지?"라는 독특한 감각을 줍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가장 오래 기억하는 장면은 안치실 폭발 이후, 일본 마녀의 주술에 의해 강시(殭屍)로 부활한 에디가 임형사를 향해 사랑의 눈빛을 보내며 쫓아오는 시퀀스입니다. 여기서 강시란 동아시아 도교 전통에서 유래한 존재로, 혼이 빠져나가지 못한 채 시신이 움직이는 상태를 말합니다. 홍콩 공포 장르에서는 주로 양팔을 앞으로 뻗고 콩콩 뛰어다니는 이미지로 형상화되었는데,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흉내를 냈던 기억이 선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장르적 특성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전통 오컬트(도술·봉인·강시)와 현대 형사 수사물을 한 화면에 공존시키는 하이브리드 장르 구조
- 주술 대결을 시각적 슬랩스틱으로 치환해 공포와 웃음을 동시에 유발하는 연출 문법
- 임정영 특유의 절제된 도술 액션이 어지러운 조연들의 민폐 행동과 대비를 이루는 캐릭터 설계
- 만능 거울·혈액 추적·분신 봉인 등 오컬트 도구를 현대 수사의 증거 수집처럼 배치하는 서사 장치
반면 서형사와 임형사의 반복적인 민폐 플롯은 개인적으로 가장 날카롭게 비판하고 싶은 지점입니다. 풍숙이 일본 마녀와 목숨을 건 도술 대결을 펼치는 와중에 형사들이 가스통을 발로 차 폭발을 유도하거나, 결정적인 순간마다 만능 거울을 떨어뜨려 깨는 설정은 극적 긴장감을 높이기보다 심한 피로감을 쌓습니다. 서사의 내적 논리보다 단발성 코미디 충격에 기댄 홍콩 상업 영화의 전형적인 날림 전개가 여기서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임정영이라는 장르 유산, 그리고 지금 봐도 유효한 이유
결국 이 영화의 핵심 매력은 임정영이라는 배우 자체에 있습니다. 그가 구현하는 도술 액션의 절제미는 90년대 홍콩 오컬트 액션 장르를 통틀어 독보적입니다. 와이어 액션(Wire Action), 즉 배우에게 보이지 않는 와이어를 연결해 공중 부양이나 고속 이동을 연출하는 기술과 맨몸 격투 액션을 결합한 그의 무술 연기는 CGI가 없던 시대의 아날로그 진정성을 그대로 담고 있습니다.
영화의 클라이막스, 마녀와의 최종 대결에서 풍숙은 자동차 헤드라이트 불빛을 깨진 거울 조각에 반사시켜 마녀를 산산조각 내는 방식으로 승리합니다. 화려한 폭발이나 디지털 이펙트 없이 오로지 빛과 거울이라는 물리적 도구로 결말을 만들어낸 이 장면은, 지금 봐도 꽤 영리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영상자료원에 따르면 1990년대 홍콩 영화는 국내 비디오 대여 시장에서 미국 헐리우드 영화 다음으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을 만큼 당시 관객의 정서 깊이 파고들었습니다.
지금 이 영화를 처음 접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현실적인 조언을 드리자면, 서사의 개연성을 따지며 보면 분명 짜증이 납니다. 하지만 그 논리를 내려놓고 임정영의 퍼포먼스 하나만 쫓아가도 충분히 볼 만합니다. 민폐 형사들의 실수와 혼돈 속에서도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며 사태를 수습하는 풍숙의 넉살 좋은 실루엣, 그게 이 영화가 30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일상이 지치고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날, 90년대 홍콩 영화 특유의 B급 감성에 흠뻑 취하고 싶다면 구마경찰은 여전히 유효한 선택지입니다. 다만 밤에 혼자 보는 건 조금 주의하시길 권합니다. 거울 속 분신 장면은 생각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