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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영화 프로젝트 A, 리뷰 (골든 트리오, 아날로그 액션, 홍콩 누아르)

by talk79536 2026. 6. 21.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주말 오후, 거실 소파에 늘어져 리모컨을 두드리다 명화극장에서 마주친 영화가 있었습니다. 솔직히 처음엔 그냥 채널을 넘기려 했는데, 화면 가득 펼쳐지는 좁은 골목길 추격 장면에 손이 멈췄습니다. 그게 저와 《프로젝트 A》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1983년작이라고는 믿기 힘든 밀도로, 그날 이후 저는 한동안 성룡 영화에서 헤어나오지 못했습니다.

프로젝트 A, 골든 트리오가 완성한 아날로그 액션의 정점

19세기 말 영국 식민지 치하의 홍콩을 배경으로, 해경 대원 아룡(성룡)은 바다를 장악한 해적 세력을 소탕하는 비밀 작전 '프로젝트 A'에 투입됩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세 인물, 성룡·홍금보·원표의 조합을 흔히 골든 트리오라고 부릅니다. 골든 트리오란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끈 세 무술 배우가 함께 출연해 시너지를 만들어낸 조합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이 셋이 동시에 스크린에 서는 것 자체가 당시엔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봐봤는데,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클럽 난투극이었습니다. 해경과 육경 대원들이 묵은 감정을 터뜨리며 밥그릇과 의자를 집어던지는 이 시퀀스는, 무겁게 다뤄질 수도 있었던 두 조직 간의 갈등을 슬랩스틱(Slapstick) 코미디로 풀어냅니다. 슬랩스틱이란 과장된 몸동작과 물리적 충돌을 통해 웃음을 유발하는 코미디 형식으로, 찰리 채플린에서 성룡으로 이어지는 육체 언어의 전통입니다. 영화 전반에 걸쳐 이 슬랩스틱 감각이 액션과 뒤섞이는 방식이, 제 경험상 여느 CG 블록버스터와는 전혀 다른 질감을 만들어냅니다.

이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스턴트(Stunt) 연출입니다. 스턴트란 배우가 안전 장비나 대역 없이 직접 위험한 동작을 수행하는 기법을 말합니다. 시계탑에서 맨몸으로 추락하는 장면은 성룡이 실제로 세 차례나 재도전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한 장면이 아날로그 액션의 상징적인 명장면으로 남아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장면을 봤을 때 느낀 건, 그냥 '저게 진짜구나'라는 단순한 경이로움이었습니다. 와이어도 없고 CG도 없다는 걸 알면서 보면, 보는 사람까지 긴장으로 숨이 멎는 기분이 듭니다.

프로젝트 A가 보여주는 액션의 핵심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전거 추격신: 좁은 골목을 누비는 맨몸 추격으로, 와이어나 CG 없이 촬영된 아날로그 액션의 정수
  • 클럽 난투극: 해경·육경 대원들의 집단 난장판으로, 슬랩스틱과 무술이 결합된 성룡 특유의 코미디 액션
  • 시계탑 추락 장면: 성룡이 직접 수행한 스턴트로, 홍콩 액션 영화 역사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 중 하나로 꼽힘
  • 삼인 합체 클라이맥스: 성룡·홍금보·원표가 각자의 무술 스타일을 살려 해적 두목을 상대하는 최종 결전

서사의 아쉬움, 그래도 이 영화가 오래 기억되는 이유

직접 겪어보니, 이 영화는 플롯 완성도 면에서 분명히 구멍이 있습니다. 경찰 내부 첩자라는 설정은 꽤 무게감 있는 소재인데, 이야기 흐름 속에서 너무 가볍게 소비됩니다. 부패한 경대장과의 갈등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룡이 배지를 반납하고 쫓아나오는 장면은 분명히 드라마틱한 순간인데, 그 직후 타비(홍금보)를 통해 밀거래 현장을 급습하는 전개가 너무 빠르게 붙어 버려 감정을 쌓을 틈이 없습니다.

후반부 해적의 섬 잠입 시퀀스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룡이 주 사장으로 위장해 해적 두목을 속이는 장면은 긴장감이 살아있는데, 마침 진짜 주 사장을 아는 해적이 딱 그 타이밍에 섬에 도착해 정체가 탄로 나는 위기 구조는 전형적인 소동극 클리셰입니다. 홍콩 액션 영화의 내러티브(Narrative), 즉 이야기를 구성하는 서사 구조 면에서 당시 장르 문법이 얼마나 공식화되어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이 영화를 지금도 가끔 꺼내 봅니다. 홍콩 누아르(Hong Kong Noir)라는 장르가 왜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았는지, 그 출발점을 이 영화에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홍콩 누아르란 1980~90년대 홍콩에서 만들어진 범죄·액션 장르 영화군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강렬한 육체 액션과 의리·배신이라는 주제가 결합된 것이 특징입니다. 홍콩 영화는 1980년대에 연간 100편 이상이 제작되며 아시아 최대 영화 시장 중 하나로 성장했고, 이 시기 성룡 영화는 그 중심에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와 지금 다시 봤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처음엔 그냥 '신기하고 재밌다'였다면, 지금은 저 몸짓 하나하나가 얼마나 많은 연습과 위험을 감수한 결과인지가 먼저 보입니다. 어린 시절 동네 골목에서 자전거를 타며 친구들과 추격전을 벌이던 기억이, 화면 속 아룡의 필사적인 질주와 겹쳐 보이던 그 순간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프로젝트 A는 완벽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 아닙니다. 하지만 인간의 몸이 얼마나 경이로운 도구인지를 스크린 위에서 증명해낸, 그 시절 홍콩 액션 영화만이 줄 수 있었던 감각적 체험으로서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성룡의 고전 액션이 그리운 분, 혹은 CG 없는 육체의 언어를 한 번쯤 체험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1편과 2편을 이어서 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오래 여운이 남을 겁니다.


참고: https://youtu.be/1KVGc2F_PFs?si=UV-0xNdATpqJExCq